[일본]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8화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8화
서머 파티 회장에는 이미 사람이 꽤 모여 있었다.
"우와아~"
감동한 나머지 나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언니들의 알록달록한 드레스가 회장 가득 넘쳐나 하늘하늘 흔들리고, 그것이 여기저기 장식된 선명한 큼직한 꽃송이들과 어우러져 마치 꽃의 바다에 있는 것만 같다.
정장을 차려입은 오라버니들도, 물론 언니들에는 못 미치지만 화사하고 근사하다.
하아, 이게 바로 그토록 동경하던 피부안느의 서머 파티.
모든 것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
애당초 게스트 대부분이 즈이란 재학생이라 공기부터가 젊고 싱그럽다.
지금까지 킷쇼인가(家)의 딸로서 가끔 파티에 나간 적은 있지만, 그건 상류층 아저씨, 아주머니가 주인공인 파티라 신경만 잔뜩 쓰이고 전혀 즐겁지가 않았다.
난 아직 어린애라는 이유로 가급적 사양하려고 하고 있다.
부모님은 데려가고 싶어 하시는 것 같지만.
"레이카? 괜찮아?"
어머, 이런. 입이 벌어져 있었나 봐요.
벗겨지려던 가면을 황급히 다시 뒤집어쓴다.
"괜찮아요, 오라버니. 그래도 꼭 곁에 있어 주셔야 해요."
사실은 상대 팔에 살짝 얹기만 하면 되는 손에, 꽉 힘을 준다.
재킷 소매에 주름이 지면 미안해요.
하지만 방심했다간 이것저것 눈 돌리는 사이에 미아가 될 자신이 있단 말이지.
"보세요, 오라버니. 모든 게 반짝반짝해서 눈부셔요."
"그냥 샹들리에 반사 아니야? 계산된 조명 덕분이겠지."
소녀의 꿈에 찬물 좀 끼얹지 말아 주세요.
파티가 시작되고 다들 음료 잔을 한 손에 들고 저마다 담소를 나누기 시작하기에, 나는 곧장 오라버니에게 장미 아치를 보러 가자고 졸랐다.
"꼭이요, 해가 지기 전에 보고 싶어요! 오라버니가 추천해 주셨잖아요?"
"네, 네."
오라버니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테라스를 나서니, 작은 하얀 분수와 테이블 세트가 놓인 서양식 정원 안쪽에, 있었다, 장미 아치!
생각보다 훨씬 더 예쁘다!
붉은 장미로 만든 아치에는 하얀 시폰 리본이 묶여 있고, 그게 바람에 흔들리는 게 웨딩 베일 같다.
게다가 꼭대기에는 종이!
울리고 싶다!
"오라버니! 혹시 이 종에는, 울리면 행복해진다는 징크스라도?!"
"글쎄, 들어 본 적은 없는데. ──울리고 싶어?"
"윽."
이렇게 귀여운 종이 있으면 누구라도 울리고 싶어지잖아요!
안 되려나. 주변에 사람도 많고.
시골에서 갓 올라온 촌뜨기 같으려나?
"이리 와."
오라버니가 내 손을 잡고 아치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실례합니다. 제 여동생이 종을 울리고 싶어 하는데, 괜찮을까요?"
오라버니가 아치와 가장 가까이 있던 선배에게 말을 걸었다.
선배는 흔쾌히 자리를 양보해 주었고, 오라버니는 나에게 "자, 어서" 하는 듯이 재촉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목받는 상황에서 종을 울리는 거, 은근히 용기가 필요하잖아——!
오라버니, 배짱 좋네.
그래도 모처럼의 기회니까, 여러분의 호의에 기대서 울려 버릴까.
혼자는 부끄러우니까 오라버니도 함께.
오라버니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지만, 신경 안 써.
둘이서 딸랑딸랑 종을 울렸더니 "어머, 결혼식 신랑 신부 같아" 하는 소리를 들었고, 오라버니는 표정이 한층 더 미묘해졌다. 신경 안 써.
내가 신나서 종을 울리는 걸 초등부 여자아이들이 보고 있었는지, 자기들도 울리고 싶다며 몰려왔다.
그렇지, 그렇지.
실은 다들 울려 보고 싶었던 게 틀림없어. 내가 앞장서서 창피당해 준 덕분이지.
좋은 일 했네.
장미 아치를 실컷 만끽하고 실내로 돌아오니, 그곳에서는 한가운데서 왈츠를 추는 사람들이!
파티! 왈츠!
"오라버니."
뭔가를 눈치챈 오라버니는 나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뷔페 코너로 가려 하고 있다.
하지만 오라버니의 팔을 붙잡고 있는 나는 꿈쩍도 안 한다.
"오라버니, 왈츠예요."
"싫어."
즉답이시네요.
나는 상류층의 소양으로서 사교댄스도 배우고 있다.
오라버니도 지금은 다니지 않는 모양이지만, 물론 예전에 배웠다.
모처럼 배웠으니, 써먹을 기회가 있어야 하잖아. 안 그러면 대체 뭐 하러 배우는 건데.
장미 아치의 종을 울리고 나서, 나는 묘하게 들떠 있는 것 같다.
평소라면 부끄러워서 내가 먼저 춤추러 가자고 할 리가 없는데.
"오라버니, 딱 한 곡만요. 네? 네?"
귀여운 여동생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서, 응이라고 해 주세요.
"하아…"
오라버니는 크게 한숨을 쉬더니 축 하고 고개를 떨궜다.
"딱 한 곡만이야."
앗싸——!
홀에는 악단이 연주하는 왈츠가 흐른다.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등을 곧게 펴고오, 팔은 내리지 마아, 자!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선생님의 레슨을 떠올리며 빙글, 빙글 돈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반짝반짝 빛난다.
마음에 드는 드레스 자락이 활짝 펼쳐진다.
아아, 꿈처럼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