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5화

관리자 Lv.1
07-05 08:34 · 조회 41 · 추천 0

겸허, 견실을 모토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 제5화

즈이란학원 초등부에서는 정기 시험 결과를 발표하는 일이 없다.

중등부부터는 종합과 과목별로 상위 20명까지 명단을 붙이고, 본인에게도 학년 등수가 통지된다는데, 초등부에서는 본인 통지조차 없다.

일단 통지표는 있지만 절대평가라서 별로 믿을 게 못 된다.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의 학력이 어느 정도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힌다.

그리고 내가 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 수준인지도.

애초에 즈이란에 초등부부터 다니는 여자애들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정략결혼을 하거나 부모 인맥으로 취직해 그동안 결혼 상대를 찾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라, 이 악물고 공부해서 성적 올리겠다는 아이는 거의 없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지금까지는 황제의 노여움을 사지 않았지만, 주인공이 입학해 만에 하나 나와 충돌하기라도 하면, 황제의 역린을 건드려 집안째 제재당할 가능성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다.

게다가 아버님이 일하다 비리 발각→퇴진 요구→재산 몰수→일가 몰락 패턴이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고.

아아 아버님, 부디 마음을 고쳐먹으세요. (애초에 비리를 저지르고 계신지 어떤지도 모르지만. 부디 누명이길!)

집안이 몰락하면 결혼 상대도 없을 테고, 스스로 벌어서 먹고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공부다.

사립 학비를 못 내게 될 때를 대비해, 국공립 대학에 들어갈 만한 학력을 갖추고 싶다.

장래에는 가능하면 나뿐만 아니라 부모님도 최소한 부양할 수 있을 만큼의 월급을 벌고 싶다.

그래서 나는 학원(塾)에 다니고 싶다고 부모님께 부탁했다.

"여자아이인데, 공부는 그렇게까지 열심히 할 필요 없지 않겠니?"

아니나 다를까, 어머님은 부정적.

그보다 플루트나 바이올린은 어떻겠느냐며 권해 오신다.

참고로 아버님은 자식들 교육을 전부 어머님께 떠넘긴 상태다. 이럴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하지만 어머님, 저 공부에 아주 흥미가 있어요."

음~ 설득 재료로는 좀 약한가.

그럼,

"중등부에 올라가면 외부에서 우수한 분들이 들어와요. 그때 뒤처지고 싶지 않은걸요."

쐐기를 박듯 "피부안느 멤버로서 부끄럽지 않도록…"이라고 하자, 어머님의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어머님께는 피부안느라는 주문이 아주 잘 먹힌다.

"그래. 그럼 가정교사를 붙여 줄까?"

그건 곤란해! 나는 가정교사가 아니라 학원에 다니고 싶은 거다.

학력 향상 말고도, 또 하나의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

"학원에 가고 싶어요. 다른 학교 분들 사정도 알고 싶고요."

몸을 앞으로 내밀며 부탁한다.

입시 전엔 그렇게나 유아 교실을 다니게 했으면서, 학원 정도는 보내 줘도 되잖아!

"하지만 킷쇼인가의 딸이 평범한 아이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잖니. 게다가 그런 곳엔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애들도 있어. 귀여운 레이카가 다치기라도 하면 큰일이야."

나왔다, 선민의식.

"어울릴 상대는 가려야지"라며 하는 말씀.

어울릴 상대를 가린 결과, 키미돌의 킷쇼인 레이카는 그런 구제불능 막장 영애가 되어 버린 거 아닌가.

"괜찮아요, 어머님. 공부하러 갈 뿐인걸요. 어머님 가르침은 잘 지킬게요."

전(前) 공립 초등학교 출신으로서는 살짝 욱했지만, 참자, 참자.

"네, 부탁이에요, 어머님."

가슴 앞에 손가락을 모으고 기도 포즈.

어때, 닿았느냐, 귀여운 딸의 애교 빔!

"괜찮지 않을까."

오오옷! 난데없이 후방에서 원군이!

나와 어머님의 실랑이를 듣고 있던 오라버니가 내 편을 들어 주었다.

"모처럼 레이카가 공부하고 싶다는데. 내가 초등부 때 다니던 학원에 가는 건 어때? 거긴 수업도 꼼꼼하고 알기 쉬워."

오라버니가 다니던 학원! 그거 믿을 만하겠네요!

어때요, 어머님. 오라버니도 추천하고 있어요. 자, 자, 시원한 대답을!

어머님은 우리 둘의 얼굴을 보고 후우, 하고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알았다. 내일 학원 등록 수속을 밟게 하마."

이야호오오옷!!

해냈다! 해냈어! 학원에 다닐 수 있어!

"고마워요, 어머님!"

나는 치밀어 오르는 미소를 도저히 억누를 수 없었다.

이걸로 내 야망이 이루어진다….

"오라버니, 아까는 고마웠어요."

거실을 나와 방으로 돌아갈 때, 복도에서 오라버니를 쫓아가 감사 인사를 했다.

역시 우리 다정한 오라버니라니까~.

우후후.

"뭐 그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지. 그보다 유난히 학원에 집착하던데, 뭔가 다른 목적이라도 있는 건가?"

뜨끔. 그렇게 티가 났나?

"음~. 집에 있으면 자꾸 응석 부리게 돼서 공부할 마음이 없어지고~. 즈이란 말고 다른 애들하고도 친해지고 싶고~."

시선을 비스듬히 위로 헤매게 하면서 겨우겨우 쥐어짠다.

"흐음~."

오라버니는 한동안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지만, 내가 나도 모르게 입을 뾰로통 내밀자,

"알았어, 알았어. 그럼 그런 걸로 해 두자."

톡톡 내 머리를 두드리며 오라버니가 웃었다.

이해해 주셨군요, 오라버니.

"그런데 말이야, 레이카."

오라버니가 귓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사람은 거짓말을 할 때 시선이 오른쪽 위로 가거든."

그러고는 웃으면서 "그럼 잘 자"라는 말을 남기고 오라버니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엇, 방금 뭐야.

어우, 무서워 저 열세 살. 어째서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다정하고 온화한 오라버니는, 사실 능구렁이?

거짓말을 간파하는 기술을 아는 건, 자기가 거짓말할 때 써먹으려는 목적이라거나.

오라버니만큼은 부디 내 마음의 오아시스로 남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음부턴 거짓말할 때 조심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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